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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단상

만남과 이별이 만들어 가는 삶의 궤적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있던 어느 날, 내 휴대폰에 저장 되지 않은 낯선 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이직하고 처음 연락 드리는 것 같네요…! ㅎㅎ (이하 중략)” 문자에서 이름을 읽고 서는 발신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나의 예전 업무 관련자 P였다. 내게 오랜만에 연락을 준 P는 나와 일로 엮여 있던 다른 회사 직원이다. 가만히 곱씹어 보니 그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건 대략 2-3년 전쯤 함께한 식사자리였다. 메일만 주고 받다가 식사자리에서 실물로 처음 본 그녀는 내 생각보다 참 밝고 예뻤다. 나는 그녀에게서 흘러 나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좋았고 어쩐지 주책 맞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직으로 인해 주책은 커녕 업무 상 연락 마저 끊기게 됐다.

그녀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나는 그녀의 전 직장과 업무 상 얽혀 있기에, 주기적으로 그녀의 과거 동료인 Y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전 직장과 일을 할 때면 간간히 P가 떠올랐고 근황이 궁금했다. 하지만 내향인의 표본인 나는 선뜻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싹싹하고 똑 부러진 그녀는 분명 새 회사에서도 사랑 받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홀로 굳게 믿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P가 먼저 내게 연락을 주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뻤다. 그리고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냉큼 저장했다. 사실 그녀가 나에게 먼저 연락해 준 것은 나라는 개인에 대한 호감이라기 보단 비즈니스 네트워킹 측면이 클테다. 나는 그녀의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도움이라도 줄 수 있으면 그대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그런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서 나는 기쁜 마음을 안고 거진 3년 만에 만나는 그녀와의 점심 식사 장소로 향했다.

식당에 먼저 도착해 앉아 있는데 저 멀리 P가 한 눈에 보였다. 여전히 예쁘고 밝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붙들고 이게 얼마만 이냐며 호들갑을 한창 떨었다. 그녀의 새로운 회사 이야기, 삶의 애환 등 우린 단절 일체 없이 끊임없이 조잘거리며 근황을 나눴다. 그녀를 처음 만날 날부터 느꼈듯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녀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주책맞게 그녀와 친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용기를 내어 문자로 주책을 부렸다.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만나자고, 언제든 당신은 환영이라고.

P와 함께 먹은 함박 스테이크

P와의 기쁜 만남이 있은 다음날, 나는 다른 이와 완전히 반대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소식을 고한 것은 나의 퍼스널 트레이너 최선생인데, 최선생 그가 고한 소식은 센터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이번 달 까지만 근무하게 됐다는, 그래서 이제 이달이 지나면 함께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이별 통지였다. 나는 뜻밖의 소식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최선생과 함께 운동을 해온 세월이 2년이 넘는다. 그는 나의 체력 뿐만 아니라 멘탈 적으로도 나를 많이 단련시켜준 사람이다. 나는 그의 거창한 근육도 그렇지만 우직함과 강인한 멘탈을 매우 높게 샀다. 또한 최선생은 내게 대나무 숲 같은 존재였다. 회사에서 힘들고 짜증 났던 일을 그와의 수업 시간에 참 많이도 쏟아냈다. 최선생은 나의 시끄러운 불평불만을 큰 근육으로 잘도 흡수해준 고마운 존재다. 그런 최선생이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꽤나 편치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나는 우두커니 앉아 생각을 생각했다. 어제는 분명 만남으로 인해 기뻤는데, 오늘은 이별로 인해 슬프다는 생각. 고작 이틀 만에 만남과 이별 모두를 넘나들어야 한다니 뭔가 삶이 덧없다는 생각.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끊으며 삶의 궤적을 그려 나간다. 나 역시 인생을 살며 수많은 인연을 맺어 왔고, 인연과 관계 속에서 영원이란 없음을 받아들이는 데에 내 많은 슬픔과 상처가 녹아 들어 가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내 삶의 궤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틀만에 내게 일어난 만남과 이별을 모두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이런 이치를 온전히, 아무런 감정의 소요 없이 수용하기란 여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