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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단상

새로운 빛을 수집하고 마음속에 담는 일

남프랑스 여행 당시 레보 드 프로방스에 방문한 적이 있다. 레보 드 프로방스에는 성과 마을 건축에 필요한 석회암을 캐던 채석장이 있었는데 이 채석장은 1935년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약 80여년이 지난 후 이 폐채석장을 개조해 멀티미디어 전시장을 만들었는데 이 전시장의 이름은 바로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이다.

빛의 채석장은 겉에서 보기에는 ’이게 정말 전시장이라고?’ 싶은 생각이 들게 생겼다. 의문을 자아내는 입구를 지나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꽤나 거대하고 웅장한 내부가 펼쳐진다. 하지만 전시가 시작되기 전 까지는 여기서 무슨 전시를 한다는 거지 싶은 모양새는 여전하다. 하지만 전시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고흐, 고갱, 피카소 등 거장들의 명화가 빛을 발하며 채석장을 가득 뒤덮는다.

작년에 제주도에 갔을 때, 레보 드 프로방스의 빛의 채석장과 형태가 동일한 빛의 벙커에서 샤갈과 이왈종 작가의 전시를 관람했다. 빛의 벙커는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 벙커를 개조한 곳인데, 특히나 짙은 청색과 알록달록한 색감을 즐겨 쓴 샤갈의 작품은 어둠 속 벙커를 더욱 화려한 빛으로 물들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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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의 키다리 아저씨를 광화문에서 재회했다. 키다리 아저씨와 나는 꽤나 특이하면서도 질긴 인연을 자랑하는데, 벌써 그와 알고지낸 세월이 10여년이다. 그는 10여년 동안 나에게 늘 맛있는 밥, 뜻깊은 선물 그리고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날이 추우나 더우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좋다. 지난 몇일 간 좀 춥더니, 우리의 약속일엔 날씨가 살짝 포근해졌다. 그래서 유난히 더 좋았다 보다. 나는 마치 처음 상경해 사대문 안을 밟아본 사람처럼 신나게 광화문을 가로질렀다.

우리는 늘 그렇듯 만나서 신나게 떠들었다. 요즘 나를 짓누르는 것들과 고민들에 대해서, 혹은 그냥 시시콜콜한 잡다한 것들, 그 어떤 것이든 아무렇게나 떠들 수 있어서 시간은 쥐도 새도 모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만날 적 항상 새로운 음식점을 골라보곤 하는데 이번에 만남 장소로 정한 곳은 내부 조명이 독특하면서도 매우 밝았다. 엄청나게 많은 조명의 빛이 온 공간을 감싸 안는 그런 분위기랄까.

요즘의 나는 매우 정신없고 지쳐 있으며 마음에 여유가 없다. 이 와중에 스스로에 너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하고 자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답이 없는 어둠 속에 혼자 웅크리고 있다.

지금은 그저 어둠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난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내가 살면서 봐온 여러 빛들을 생각한다. 레보드브로방스의 빛의 채석장에서 본 빛을, 제주도 빛의 벙커에서 본 빛을, 그리고 키다리아저씨와 만난 장소가 뿜어내던 빛을. 그렇게 혼자 어둠 속에서 빛을 생각하며 빛을 기다린다. 그리고 믿는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을 지라도 조만간 빛이 날 찾아올 것이라고, 그리고 앞이 보일 것이라고, 나는 그때를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고.

어둠의 날들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간혹 기쁜 것은, 이렇게 빛을 맛보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테다. 키다리아저씨 덕에 이번에 새로운 빛을 수집했다. 나는 이 빛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서, 혼자 눈을 감고 생각하겠다. 그리고 기다리겠다. 밝고 찬란하게 빛날 내일을.

키다리 아저씨와 만난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나의 내일이여 빛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