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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단상

지속 가능을 위한 구매라 쓰고 자기 합리화라 읽는다, 보스 울트라 오픈 이어버드 구매 및 사용기

눈이오나 비가오나 폭염이 오나 혹한이 오나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는 바로 달리기다. 나는 바깥에서 뛰지 않고 헬스장의 트레드밀만 주구장창 타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날씨와 시간의 핑계를 대고 싶지 않음이 가장 크다. 실내에서의 달리기라면 아무리 비가 쏟아진 들, 아무리 날씨가 더운 들 문제가 없다. 동시에 나 자신에게 주변 환경의 이유를 대며 운동 땡땡이를 납득시킬 수도 없다.

바깥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실내는 지나치게 갑갑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다행이라 생각하는 점은 나는 실내에서의 운동이 그다지 답답하다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면서 한 번 쯤은 아름답고 공기가 쾌청한 곳에서 바람을 가로지르며 마음껏 달리는, 이른바 ‘달리기 여행’을 시도하겠다 마음은 먹고 있으나,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아마도 헬스장에서 계속하여 달릴 것 같다.

비록 동네의 헬스장이어도 나는 나름 갖출 것은 갖추고 진지한 자세로 달리고 있다. 통기와 땀 배출이 잘 되는 러닝 의류를 입고, 쿠션감이 좋은 러닝화를 신고, 무릎 보호대도 차고, 헤어 밴드도 착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어폰이다. 음악은 내 운동 부스터다. 음악이 없으면 어쩐지 힘껏 내달리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이어폰을 꼭 착용하고 달리는 편인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나는 오픈형 이어폰만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귀틀막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때 외이도염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어 귀 통풍을 중시 여기는 이유도 있다. 그런데 오픈형 이어폰의 문제점은 달리면서 조금씩 빠진다는 다는 점이다. 내 귓구멍이 이상하게 생긴 모양인지 이상하게 왼쪽만 자꾸만 빠져 나와 달리는 도중 계속해서 흘러 내린 이어폰을 다시 틀어 넣어 줘야 한다. 이 행위가 매우 거슬리던 까닭에 최근 유행한 골전도 이어폰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머리에 두르는 형태의 제품인데다가 귓구멍을 아예 막지 않아도 되잖아? 내게 최적인 제품인 것 같아’ 점점 합리화가 극에 달해 결제 직전까지 갔을 무렵 나는 또다른 눈에 띄는 제품을 발견한다. 이는 보스(Bose) 사의 울트라 오픈 이어버드. ‘아니, 이것은 귀에 거는 형태인데다가, 고막도 전혀 막지 않잖아? 게다가 러닝 뿐만 아니라 출퇴근 용도로 사용해도 무방한 제품이야. 그리고 보스 제품이면 음질도 좋겠지’

모든 구매 합리화를 마치고 나는 마침내 보스 울트라 오픈 이어버드를 손에 쥐었다. 이름도 거창한 다이아몬드 60주년 에디션으로. 처음에는 어쩐지 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무언가 불편했다. 기존에는 그냥 귓구멍에 슥 끼워주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 이제는 귀에 걸어주어야 하기에 조금 번잡한 감이 있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거울을 보지 않고서는 끼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몇 번 실착용을 해보니 이제는 눈 감고서도 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러닝 시에 양 손이 매우 자유로워 졌다! 이제는 더 이상 2~3분 간격으로 손을 들어 귓구멍에 이어폰을 다시 집어 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음질도 이 정도면 좋은 것 같다. 과거 음질에 집착해 뱅앤올룹슨, 슈어, 바워스앤윌킨스 등 고가의 제품을 다수 이용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보스의 제품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다만 고막이 뚫려 있는 상태라 바깥의 소리가 귓구멍으로 침투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음악 청취에 심각한 수준의 소음이 아니라면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

실착용을 한지 어언 1개월이 넘었다. 그간 러닝을 하는 동안 내 두 손은 자유로웠고, 단 한 번도 귀에서 헐거워 지거나 빠지지도 않았다. 최근 내가 나를 설득해 값을 지불한 것 중 가장 후회가 없는 선택이다. 이제 내겐 앞으로 열심히 내달리는 일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