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6) 썸네일형 리스트형 [코나키나발루 4화] 사피섬과 마누칸섬에서의 변신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이른아침 조식을 먹고 호텔로비에 앉아 현지 가이드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니 작고 귀여운 말레아시아 아가씨가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가 내 귀로 들어와 무방비 상태로 그녀를 마주한 탓일까. 말레이시아에서 말레이시아인을 만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잠시 흠칫했다. 그녀가 몰고온 차에 올라타고서 그녀와 함께 제셀톤 포인트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치 이제 막 옹알종알 말을 시작한 아이를 대하듯 신기하고도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한국 드라마를 엄청나게 보며 한국말을 익혔다는 그녀. 나의 잡다한 질문에도 일절 막힘없이 쫑알쫑알 명쾌히 대답하는 걸 보.. [성수동 예셰숄] 밝고 쨍쨍한 오렌지 주스와도 같은 르완다를 마시며 낯선 기쁨을 맛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2길 18-1구입원두: 코스타리카 조이카페 엘 밤부 화이트 허니 (노트: 청포도, 블루베리, 화이트와인, 사과, 슈가케인)마신커피: 르완다 무지나 워시드 (노트: 오렌지주스, 살구, 베리, 캬라멜, 그레인시럽)1년이 걸린 지난 첫 방문 이후, 두 번째 방문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방문기: https://kosmopolites.tistory.com/50) 우선 처음 방문 했을 때 사간 케냐 무링가 원두가 너무 맛있었고, 친절한 사장님과의 즐거운 대화, 지나치게 맛있는 커피와 커피의 적정 온도 까지 재방문의 이유는 너무나도 많고, 단골이 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카페에 들어서 사장님을 보자마자 우선 호들갑스럽게 케냐 원두에 대한 극찬을 펼.. [코타키나발루 3화] 샹그릴라 선셋바에서 탄중아루의 해질녘을 바라보며 2024년을 회고하다 해질녘은 여러모로 복잡미묘한 존재다. 복잡미묘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나 좋으면서도 심오해지기 때문이다. 우선 선셋의 따뜻한 색조가 좋다. 특히나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해가 거의 넘어가기 직전인데, 어둠과 슬며시 바톤터치를 하며 만들어 내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대조가 숨막히도록 예쁘다.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일몰을 기다리며 연신 신나게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은 마치 최애 아이돌의 출퇴근길을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린 후 마침내 발견하고선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10대 소녀 같다.한편으론 노을은 내 심경을 복잡하게 만든다. 저무는 해를 보며 오늘 하루는 잘 살아 냈는지, 내 인생은 괜찮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반추하게 된다. 내 인생도 언젠간 이렇게 저물겠지 하는 생각으로 삶이 참 덧없고 .. [침묵의 서] 말과 글에서 침묵의 필수 원칙에 관하여 침묵의 서(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저, 성귀수 옮김) 이 책이 쓰여진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는 사회적, 정치적 변혁의 시기로 유물론과 무신론적 자유사상이 확산되는 시기였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인간 이성의 힘을 믿으며 전통적 권위와 신앙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질서를 제안하는 논조의 말과 글을 설파 했다. 이 책의 저자인 디누아르는 성직자였고, 성직자인 그에게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쏟아내는 말과 글들은 혼란을 야기하는 전복의 담론이었기에, 그는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정통적 제도와 가치를 대변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통해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담아냈다.21세기가 된 오늘, 18세기 보다 더 많은.. [코타키나발루 2화] 고독하지 않은 환경에서 고독한 책 읽기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에서 소수의 고독을 읽으며) 코나키나발루로 출발하기 전 방에서 짐을 싸며 어떤 책을 들고 갈까 책장 앞에서 서성였다. 책장에선 책 4권이 나와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나겠 노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 4권은 서점에서 나에게 간택 당한 이후 아직 한 번도 읽히지 못한 불운의 책들로 사회과학, 예술, 소설, 자기개발 각기 다른 장르다. 세기의 선택 마냥 고심하다 마침내 소설책을 골랐는데 이는 바로 파울로 조르다노의 장편소설 이었다. 휴양지로 떠나니 그저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택된 이 소설은 나머지 3개의 쟁쟁한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그렇게 나와 함께 해외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샹그릴라 탄중아루의 야외 수영장엔 아이들이 맘껏 물장난을 칠 수 있는 풀장도 있는 한편 아이들은 출입할 수 있는 성인 전용 풀장이 따로 있다.. [코타키나발루 1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와 오만과 편견 코타키나발루는 1년 내내 월평균 26~28도 정도를 유지하는 따뜻하고도 더운 곳이다. 재미삼아 근래 핫했던 딥시크(Deepseek) R1 모델로 2023년의 코타키나발루와 서울의 월평균 기온을 그래프로 그려달라 주문했다. 그래프에서 보이다 시피 코타키나발루는 1년 내내 26~28도 선으로 일정한 반면, 서울은 월별 온도 차이가 확실하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코타키나발루는 1년이 내내 한 계절(여름) 안에서 돌아간다. 나는 새싹이 돋고 잎사귀가 피며 꽃이 만발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시작을 생각하며, 낙엽이 떨어지고 나목 위에 눈이 살포시 쌓이는 걸 보고 유종의 미를 생각하는데, 1년 동안 시간이 흐르며 내던지는 계절의 흔적이 없는 이곳의 사람들은 과연 무엇으로 시작과 끝을 생각하는지 문득 궁금하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 행복하세요. 고아원에서 지내는 주디는 매달 편지를 보내는 조건으로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대학교 진학을 후원 받는다. 주디의 후원자는 주디가 쓴 글을 읽고 선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녀를 후원하는 조건으로 매달 편지를 보내라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후원자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주디는 현관에서 본 그의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주디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내게도 있다. 일용할 양식을 늘 후원해 주며 인생 선배로서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내 인생을 항상 응원해 주는 (그림자만) 키다리 아저씨 L. 주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난 내 키다리 아저씨의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안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주디는 대학에 진학하고 매달 키다리 아저씨에게 학교 생활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성수동 피어커피] 텀블러 속에서 피어올라라, 지니! 주소: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4가길 24구입원두: 지니 블렌드노트: 허브, 와인, 카다멈, 체리, 자몽지니(Genie)란 존재는 어쩐지 모르게 나에게 각별하고 친근하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꽤나 좋아하는데 특히나 알라딘을 많이 좋아했다. 그리하여 만화책으로도 만화영화로도 수도 없이 보았고 윌 스미스가 지니로 열연한 실사영화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10여년 전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의 부제는 지니다. 물론 지니가 부제라는 이유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내 귀엔 쏙쏙 꽂혔고 그녀들의 내 귀에 속삭였던 것 처럼 드림카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어느 날, 어떤 원두를 사볼까 로스터리들의 스마트스토어를 뒤적거리던 찰나, 피어커피에 있는 블렌드 원두 지니를 발견하게 된다. .. 이전 1 2 3 4 ··· 9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