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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성수동 브루잉세레모니] 통통 튀는 니카라과와 통통 튀는 호핑볼 조랑말에 대하여

  •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5가길 22-1 1층
  • 마신커피: 니카라과 라 벤디시온 파카마라 내추럴
  • 노트: 히비스커스, 레몬그라스, 허브, 라벤더, 그레이프, 플럼, 크랜베리, 체리, 유칼립투스, 애프리콧, 플로럴, 슈가, 시러피

포춘쿠키는 쿠키의 맛을 기대하게 하기 보다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을 더 크게 한다. 브루잉 세레모니는 일종의 포춘쿠키 같은 존재인데, 그 이유는 바로 브루잉 세레모니에서 주는 카드 덕분이다. 브루잉 세레모니에서는 커피를 마실 때 항상 어떤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주는데, 그 메시지는 고르는 원두에 따라서 내용이 모두 다르다. 포춘쿠키와 다른 점을 꼽자면 커피도 상당히 맛있기에 맛도 함께 기대하게 되는 점이라고 할까나.

일에 치여 정신없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요즘, 무언가 정신이 환기될 요소가 필요했다.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거리를 받아들 수 있는 그 어떤 무언가. 그리하여 브루잉 세레모니를 찾아가기로 했다. 과연 오늘은 어떠한 이야기 카드가 나를 반길지를 기대하며 성큼성큼 브루잉 세레모니를 향해 걸어갔다.

브루잉 세레모니의 입구와 내부는 다소 비밀스럽게 생겼다. 카페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모종의 비밀 아지트 같다. 어두운 문을 열고 들어가 은밀한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건네받는 내 모습이 마치 MI6 혹은 CIA 요원 같다.

어딘가 모르게 비밀스러운 입구
내부 공간 1
내부 공간 2

이날 커피는 니카라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니카라과와 함께 건네받은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통통 튀는 조랑말 모양의 호핑볼은 소년에게 그야말로 최고의 친구였다. 소년이 힘차게 다을 차서 튀어 오르면 조랑말은 화답하듯 바닥을 통통 튀기며 소년을 싣고 나아갔다. 조랑말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신이 잔뜩 난 소년의 웃음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카드 앞에는 조랑말 호핑볼을 탄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니카라과의 통통 튀는 맛을 표현하고자 한 의도라 직원이 설명을 해주었다.

니카라과 커피와 조랑말 호핑볼을 탄 소년이 그려진 카드
카드의 글귀

직원의 말 처럼 커피는 정말 통통 튀는 맛을 가지고 있었으며 포도맛이 나기도 하면서 크랜베리 맛도 나고 허브차가 섞인 맛도 느낄 수 있었다. 통통 튀는 니카라과 커피와 카드를 들고 나와 길을 걸으며 조랑말 호핑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과연 소년의 조랑말 호핑볼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내 옆에 있다면 그 어떤 장애도, 역경도 이겨내고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존재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커피 인 것 같다. 일에 지쳐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갓 내린 커피 한잔은 심신이 지친 나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한편으론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힘들어도 지쳐도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도 나를 열심히 살고 싶게 하는, 나와 함께 어디든지 통통 튀어 오를 수 있는 그런 최고의 인생 친구. 소년의 호핑볼 조랑말 같은 친구를 내 곁에 둘 수 있는 그 어느 날을 기다리며 카드를 소중히 책상 서랍속에 넣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