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4가길 24
- 구입원두: 지니 블렌드
- 노트: 허브, 와인, 카다멈, 체리, 자몽
지니(Genie)란 존재는 어쩐지 모르게 나에게 각별하고 친근하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꽤나 좋아하는데 특히나 알라딘을 많이 좋아했다. 그리하여 만화책으로도 만화영화로도 수도 없이 보았고 윌 스미스가 지니로 열연한 실사영화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10여년 전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의 부제는 지니다. 물론 지니가 부제라는 이유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내 귀엔 쏙쏙 꽂혔고 그녀들의 내 귀에 속삭였던 것 처럼 드림카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어떤 원두를 사볼까 로스터리들의 스마트스토어를 뒤적거리던 찰나, 피어커피에 있는 블렌드 원두 지니를 발견하게 된다. 오호 지니라. 과연 어떤 원두들을 섞어 놨길래 지니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너무나도 궁금하여 무작정 눌러봤다. 블렌딩 된 원두들은 파나마 아부 카투아이 언에어로빅, 콜롬비아 루나 게이샤, 에티오피아 봄베 언에어로빅, 콜롬비아 브라얀 안드레스 ASD, 브라질 캄포 알레그레 언에어로빅. 조합만 봐도 마치 커피에서 마법과도 같은 맛이 날 것 같은 느낌에 이끌렸고, 안 그래도 피어커피는 한 번 꼭 가보고 싶었던 탓에 망설임 없이 피어커피로 발길을 향했다.
피어커피는 뭔가 카페가 없을 것 같은 곳에 위치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만 이내 파란 간판이 카페 이름처럼 내 눈에 피어올라 금방 발견하게 된다. 매장에 들어가 원두 섹션을 빠르게 살펴보니 다양한 원두들이 줄을 지어 나를 반겨주기에 냉큼 진열대 앞으로 향했다. 찬찬히 원두를 살펴보니 매우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에 남은 원두 재고들이 있기에 우선 원래 목표물인 지니만을 품에 안고 매장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 원두를 곱게 갈아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고 텀블러에 담에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해 내 자리에 앉아 텀블러 뚜껑을 부비적거리며, 마치 알라딘이 램프를 문지르며 지니를 소환하듯 나도 내 텀블러 속 지니를 소환했다. 한 모금 마시자 마자 마치 알라딘이 동굴에서 발견한 황금이 내 입에서 빛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오묘하고도 신비로우며 밝고 화사한 맛이 온통 나를 휘감았다.
지니의 맛에 홀딱 반해 다음 날도 신나게 지니로 커피를 내리고 텀블러에 담아 출근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텀블러 뚜껑을 문지르며 내게 쌓여있는 업무를 단박에 해결해 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짜잔 하고 나오길 바라며 힘껏 텀블러를 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요정도, 윌 스미스도 내 텀블러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 지니는 참 맛있게도 흘러나왔다. 결국 요정의 힘은 빌리지 못하고 내 일은 내가 다 했다. 그래도 커피 지니의 마법 같은 힘을 받은 효과인지 엄청나게 쌓여있던 내 업무는 어찌저찌 잘 마무리 되었다. 역시, 지니는 나에게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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