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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목동 현대백화점 떼르드카페] 서울에서 파리 즐기기

  • 위치: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257 현대백화점목동점 7층
  • 마신커피: 엘살바도르 핀카 히말라야 (노트: 코코아, 끓인 붉은 과일, 말린 살구, 메이플시럽)
  • 구입원두: 엘살바도르 핀카 히말라야, 코스타리카 볼칸 아줄 카투라 (노트: 플로럴, 파인애플, 열대과일)

어쩌다 커피 중독 딸래미를 낳은 나의 엄마 이여사는 자식의 손에 이끌려 식당가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7층으로 끌려왔다. 그녀는 백화점에 와도 7층은 올일이 없었는지 그간 보지 못했던 7층의 풍경을 보고서는 이내 놀라워했다.

7층 공간은 보타닉 하우스 라는 컨셉으로 꾸며져 있는데 도심 속의 정원같이 파릇파릇한 식물들을 잔뜩 배치해 두었고 손님들이 편히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떼르드카페 매장 내부 역시 식물을 많이 배치해 두어서 마치 식물원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목동 현대백화점 7층 보타닉 하우스 전경
떼르트카페 매장 외부
식물이 곳곳 배치된 매장 내부 1
식물이 곳곳 배치된 매장 내부 2
식물이 곳곳 배치된 매장 내부 3
매장에서 팔고 있는 MD들

떼르드카페는 파리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로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지점을 열었다. 백화점 지하 1층엔 독일 베를린을 대표하는 로스터리 카페 보난자가 있어 그 곳을 먼저 들렀다 왔는데, 단 몇시간 만에 서울에서 베를린을 경험하고 파리도 경험하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싶었다. 동아시아에 작디 작은 한 켠에 얼마 되지도 않는 인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이 나라에 굳이 구라파 인들이 노크를 하며 커피를 들고 찾아오는지를 따져보면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가 글로벌 시장에 공공연히 퍼져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동아시아 변방에서 번져 나간 이 소문엔 나도 크게 한몫 기여 했을 테다.

떼르드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금박의 문양과 화려한 컬러의 띠지였다. 역시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폴 세잔, 폴 고갱을 낳은 예술의 나라 답다 생각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두 독일 로스터리(더반베를린, 보난자)는 매장 혹은 원두 포장 외형이 대체적으로 심플하다. 독일 사람을 생각하면 무언가 사실적이며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프랑스 사람을 생각하면 실용적이기 보단 예술적이고 사교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듯 양국 로스터리의 포장 스타일에도 그 나라의 국민성과 문화적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다.

화려한 컬러 띠지와 금박 문양이 돋보이는 원두들
포장이 매우 심플한 독일 로스터리의 원두들 (좌: 보난자, 우: 더반베를린)

원두를 찬찬히 살펴보고 나니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우선 커피 한잔을 시켜 테이스팅을 해보기로 했는데, 테이스팅 대상은 엘살바도르 핀카 히말라야로 정했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자마자 붉은 과일의 느낌이 제일 먼저 입안에 휘몰아 쳤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방’이 떠오르는 붉은 맛이었다. 그리고는 번쩍 정신이 드는 산미, 초콜렛 같은 단맛의 여운이 차례대로 느껴졌다. 커피를 마셔보고서는 미련없이 이 원두를 한 봉 손에 들었고, 하나만 사긴 아쉬워 내가 본래 좋아하는 코스타리카 볼칸 아줄을 하나 더 골라 잡았다.

엘살바도르 핀카 히말라야

헌데 원두를 고르며 의문이 들었던 점은 같은 원두인데 어떤 봉지는 파란 스티거가 없고 어떤 봉지엔 파란 스티커가 붙어있었던 것이다. 직원을 불러 이를 물어보니 에스프레소용과 필터커피용을 구분해 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이라 한다. 직원의 대답에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혼자 속으로는 ‘이 프랑스인들 정말 커피에 예술적 혼을 불어넣었구나’ 하는 생각을 금치 못하였다.

같은 원두라도 하나는 파란스티커가 없고 하나는 파란스티커가 붙어있다

물론 한 봉에 250그람이라지만 두 봉을 사고 나니 7만원 이었다. 절대 금액 자체는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나 제값은 하고도 남는 원두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값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엘살바도르 뿐만 아니라 코스타리카 볼칸 아줄 역시 매우 농밀하고 우아한 과일 주스의 맛을 뽐냈다. 커피 중독 딸래미의 취미 생활을 위해 흔쾌히 원두값을 지불해준 이여사는 이 코스타리커피를 마시고서는 빠른 시일 내에 떼르드카페에 다시 갈 것을 재촉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떼르드카페의 국내 1호점이 있다. 이 1호점은 양재천 근방에 있는데, 이 곳은 프랑스의 노천카페와 같은 느낌으로 꾸며놓았다고 한다. 매서운 추위가 물러가고 새순이 돋아나는 생글생글한 봄이 오면 이여사의 손을 잡고 산책 겸 양재점으로 걸어가 봄을 만끽해 보려 한다. 양재에서 즐기는 파리의 봄, 생각만 해도 예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