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쌈 타코는 내게 재미있는 음식으로 느껴지는데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가지 때문인 것 같다. 우선 타코는 매우 단순하게 생긴 것에 비해 맛이 굉장히 변화무쌍하다. 또띠아 안에 어떤 재료든, 어떤 소스든 넣을 수 있고 그 조합은 무한하면서도 역동적인게 매력이다.
그리고 타코는 고상하게 먹긴 어려운 음식이다. 하지만 어쩐지 마주보고 앉아 함께 하나씩 손에 들고 내용물을 질질 흘려가며 우걱우걱 먹다 보면 서로를 보호하고 있던 한겹의 장막이 걷어지며 한층 친밀해진 느낌이 든다. 물론 상대방은 싫을 수도 있겠지만.
번외로 베트남 버전인 월남쌈도 먹는 게 재미있어 좋아하는 편이다. 엿장수 마음껏 라이스 페이퍼에 좋아하는 식재료를 한가득 넣어 뚱뚱하게 말아먹는 재미가 있다. 월남쌈 또한 내겐 역동적이면서도 흥미롭지만 입을 작게 벌려 우아하게 씹는 고상함은 잠시 내려두어야 한다.
얼마 전 지인을 멕시칸 식당에서 만났다. 식당은 엘몰리노 라는 곳인데, 쉐프님이 티비에도 나오고 나름 유명한 곳인 것 같다. 우린 다양한 타코를 맛볼 수 있는 타코 오마카세를 시켰다. 과연 어떤 조합을 이루는 재료들을 넣어 역동적인 맛을 구현해 낼 것인가? 타코 하나하나를 기다리는 재미가 넘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 먹어본 타코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쌈일 뿐인데, 어떻게 이런 조화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였으며, 비주얼도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지! 쌈도 쌈 나름인가 보다. 이곳의 타코를 맛보고서는 과연 타코 맛의 궁극의 끝은 어디인가, 과연 끝이 존재하긴 하는가 궁금하게 만들었다.





지인과 만난 그 날은 비가 꽤나 추적추적 많이 내렸다. 우린 비오는 날 각각 손에 타코를 들고 우걱우걱 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고상하게 먹을 수 없는 이 멕시코 쌈은 맛도 그렇지만 소스가 삐져 나오는 것도 역동적이었다. 타코를 먹는 내내 휴지가 손을 떠나질 못했다. 사실 이 지인과는 독대하여 식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는 과연 이런 내 모습을 보고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처럼 한층 더 상대를 친근하게 느꼈을까, 아니면 너저분하고 품위없다 느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오직 그만이 알겠지.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계속하여 이 매력적인 타코를 함께 나눠 먹고 싶다. 월남쌈이어도 좋다. 입이 터질 기세로 한가득 넣어도, 속 재료와 소스가 제아무리 입 밖으로 빠져나와도 서로의 그 모습에 스스럼없이 낄낄대고 웃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타코와 월남쌈은 우리의 장벽을 허물어 주는 기제가 되어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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