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3개월에 한번씩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른다. 보통의 남성분들이 들으면 어이가 없다 비웃겠지만 그 3개월 조차 시간이 너무 빨리 도래하는 것 같고 가기가 매우 귀찮다. 하지만 그 모든 귀찮음을 물리치고 어떻게든 3개월 마다 미용실에 발걸음 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는데, 이는 바로 갈라진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갈라지면 우선 보기에 매우 푸석푸석해 보여 눈에 거슬린다. 또한 머리끝을 만질 때 느껴지는 그 까끌까끌함을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은 왜 갈라지는가? 미연에 방지하면 내 미용실 방문 주기를 4개월이나 5개월까지 늘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내 게으름이 푸시하는 머릿결 손상 방지 솔루션은 아래와 같다.
- 트리트먼트와 헤어 에센스 매일 사용
- 머리를 말릴 때는 뜨거운 바람은 초기에 잠깐만, 이후 가급적 찬바람 사용
- 비오틴과 콜라겐 매일 섭취
나의 애처로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처받은 내 머리카락은 끝끝내 갈라진다. 나는 내 머리카락과 잘 지내보려 매일같이 노력했다. 하지만 손상을 온전히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난 3개월 마다 헤어질 결심을 한다. 갈라진 머리카락과의 헤어질 결심. 그 어떤 노력에도 갈라진 머리카락은 다시 한가닥으로 붙어지지 않기에.

물론 귀찮으면 갈라진 대로 5개월이든 6개월이든 방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손상된 끝부분이 스믈스믈 위로 올라와 더 크게 갈라진다. 식물의 썩은 줄기를 그대로 두면 썩는 현상은 다른 부위로 확산되어 결국 식물 전체가 죽는다. 독이되는 관계를 헛된 희망과 미련, 우유부단함으로 끊어내지 못하면 영혼이 좀먹는다.
모낭에서 갓 태어난 정수리의 내 머리카락들은 싱싱하다. 이 머리카락들은 갈라짐에 대하여는 1도 모르는 것 같은 태세로 윤기가 나고 반들반들 하다. 이 건강한 머리카락들은 최선을 다해 성장하며 정수리에서부터 차츰차츰 옆통수를, 귀를, 마침내 목을 넘기는 위치까지 도달한다. 성장하는 시기에 머리카락 주인의 염색, 열펌, 드라이 공격에 윤기를 잃고 푸석해 지는 아이들이 속속들이 생겨난다. 주인은 미안한 마음에 각종 헤어팩, 영양제 등을 공급해 준다. 하지만 일부 녀석들은 끝내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갈라져 버린다.
안되는 건 안된다. 노력해도 안된다. 안된다면 가차없이 쳐내야 한다. 상한 끝부분이 싱싱하게 갓 태어난 부분을 마저 잠식하지 않도록, 썩은 일부 줄기가 식물 전체를 썩게 만들지 않도록, 상대방이 내 온 몸과 마음에 독을 풀어 놓지 않도록.
과감히 잘라내도 괜찮다. 잘려진 부분 위의 머리카락은 덕분에 튼튼하다. 식물의 썩지 않은 부분은 덕분에 푸릇푸릇하다. 독이 되는 사람을 없애면 덕분에 가장 나다워 질 수 있다. 미용실에 가는게 귀찮기는 해도 나는 계속해서 상한 머리를 얄짤없이 잘라낼 것이다. 쳐내야 할 때를 알고 쳐내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일상에서의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만두어야 할 순간을 놓치면 불바다가 찾아온다 (0) | 2025.08.13 |
|---|---|
| 그저 그런 것들의 연속, 그리고 그저 그런 것들이 모인 내 인생 (0) | 2025.08.09 |
| 마사지를 통한 감사(최선생과 홍선생에게의 감사의 글) (0) | 2025.07.02 |
| 그 어딘가의 중점에 존재하는 너와 나의 이야기 (To. S) (0) | 2025.05.08 |
| 나의 키다리 아저씨, 행복하세요. (0) | 2025.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