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점: 알레그리아 광화문 (서울 중구 청계천로 24 1층)
- 마신커피: 케냐 엠부 쿠시엔다 AB TOP Washed
- 노트: 자몽, 토마토, 블랙티
알레그리아를 처음 알게 된 건 판교에서 였다. 판교에서 마신 커피는 사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당시의 나라면 그날 나는 90%의 확률로 에티오피아를 마셨으리라 추측된다. 광화문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남아 커피숍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광화문에도 알레그리아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비와 바람을 뚫어내며 일부러 찾아갔다. 알레그리아를 다시 찾은 건 판교 이후 약 1~2년여 만인 듯하다.
내부는 원목의 인테리어에 깔끔하고 차분하다. 선택 가능한 원두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그날 나는 (케냐 마니아 답게도) 케냐를 골랐다. 대개 핸드드립을 내려주는 카페에서 콜롬비아, 에티오피아는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케냐는 그리 흔하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케냐가 있다면 보통 케냐를 선택해 마셔본다.
커피잔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돌덩이를 예쁘게 빚어낸 모양 같다. 조금 무겁다. 커피는 유리컵에 내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케냐 답게 한모금 마시자마자 자몽, 토마토와 같은 감칠맛이 은은하게 돈다. 드립으로 내려주는 곳 중 커피가 너무 식어서 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너무 식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적정온도로 잘 내려진 듯했다. 집에 원두 재고가 없었다면 홀빈을 한 봉 사왔을 듯 싶지만 이미 사 놓은 원두가 있던 탓에 구매하지는 않았다.
알레그리아 판교점을 방문한 그날은 해가 쨍쨍한 더운 여름날이었다. 알레그리아 광화문점을 방문한 그날은 비가 오고 한껏 추워진 겨울날이었다. 알레그리아 판교점을 방문한 그날 나의 옆엔 누군가가 있었다. 알레그리아 광화문점을 방문한 그날의 난 혼자였다. 판교점에 함께 갔던 그 사람은 내가 이 곳에 와서 본인을 떠올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아마도 나라는 존재를 기억너머 저 편으로 던져 놨을테지만, 좋든 싫든 그 여름날의 기억과 함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케냐를 한잔 맛있게 마셨다. 그걸로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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