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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인텔리젠시아&프릳츠 컬리 한정 원두 구매 후기 ‘콜라보’, ‘한정판’, ‘특별판’ 이 단어들은 관심이 없다가도 있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다. 잠시 정신을 놓으면 어느샌가 구매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무서운 단어이기도 하다. ‘이건 마케팅이다, 날 홀리고 있는 거야’라고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려 해도 어느새 뒤적거리고 있는 나란 인간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나약하다.마켓컬리는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경쟁력 있다 생각되진 않으나, 상품 큐레이션 측면에서는 꽤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있어 종종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하곤 한다. 여느 때 처럼 컬리 앱을 켜고 상품을 구경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컬리의 10주년 기념으로 나온 프릳츠의 원두를 발견하게 된다. ‘오? 10주년 기념? 프릳츠?’ 역시나 나는 호기심과 흥미를 감추지 못하고 누구보다도 ..
[교토 4화] 교토 미식 체험기 (니시키시장, 두부 가이세키 우메노하나, 샤브샤브 교토효토) Q. 교토에는 두부요리가 왜 많은가? A. 첫째, 역사적·문화적 배경입니다. 교토는 794년 헤이안쿄(平安京)로 천도된 이래 천년 이상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불교가 융성했던 곳으로, 육식이 금지된 승려들에게 두부는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두부를 중심으로 한 정진요리(고기와 생선을 사용하지 않는 채식 요리)가 발전하게 되었고, 점차 귀족과 서민에게도 확산되었습니다. 무로마치 시대 이후에는 절에서 참배객에게 제공하던 두부가 식당 메뉴로 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둘째, 지리적·환경적 요인입니다. 교토는 동, 서, 북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풍부하고 맑은 지하수가 흐르는 지형입니다. 두부는 9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의 질이 맛을 크게 좌우..
[성수동 더커피] 핫플을 피해다니는 자의 핫플 방문기 달리기는 1시간도 가능하면서 1시간은 커녕 30분도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 내게 있으니, 이는 바로 웨이팅이다. 이러한 나의 일관성 없는 인내심 덕에 제아무리 온동네 떠들썩한 핫플이라도 섣불리 발을 내딛지 못한다. 그런 내가 최근 아주 용감하게 핫플을 다녀왔으니, 이곳은 바로 ‘더커피’다. 더커피는 얼핏 보면 일본 카페 같지만 사실은 브라질이 오리지널이고 브라질 원두를 사용하는 곳이다. 브라질 형제 3인이 일본 갬성에서 영감을 받아 창업하여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 카페를 오픈했다. 한국에서는 성수동에 처음으로 1호점이 상륙했다.오픈 효과로 인한 수많은 인파, 커피 귀신인 내가 거의 유일하게 마시지 않는 싱글 오리진이 브라질 원두인데 브라질 원두를 사용하기 까지, 사실 나에게는 더커피를 갈 만한 유인이 전..
[교토 3화] 전혀 계획에 없던 니조성 방문, 그리고 평온함 이라는 세렌디피티 금각사를 다녀온 날로 기억한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던 중 길 한복판에 커다랗고 하얀 성이 하나를 봤다. 저게 무엇이지? 하며 구글맵을 키고 확인해 보니 그 성의 이름은 니조성이었다. 그날은 ‘아, 이런 것이 있구나’ 하고는 본래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갔다.생각치 못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계획한 일정이 한껏 꼬인 탓에 일정이 중간에 살짝 비게 됐다. 언니와 나는 비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지나가게된 니조성을 떠올렸다. 우리 자매는 그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계획에도 없던 니조성엘 방문하게 됐다. 니조성 앞에서 다시 한번 황급히 교토 책을 가방에서 꺼냈다. 니조성은 방문 계획에 없던지라 아는 바가 1도 없었기 때문이다.“니조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을 ..
[성수동 커피스니퍼 클래식] 성수동 스페셜티 커피 탐정, 맛있는 커피 검거 완료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3-21 디타워 지하 1층마신커피: 에티오피아 리무 게라 아보 내추럴먹은디저트: 올드패션드 도넛 플레인커피노트: 시트러스, 레몬 캔디, 슈가케인예전 유럽에는 커피 스니퍼 라는 직업이 있었다. 이들은 18세기 후반, 특히 프로이센에서 커피가 고가의 사치품으로 여겨져 높은 세금이 부과되거나 심지어 금지되던 시기에 활동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커피 수입을 억제하고 맥주와 같은 대체 음료를 장려하기 위해 커피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법으로 커피를 로스팅하거나 소비하는 사람을 적발하기 위해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이 탄생했고, 이들은 거리나 집을 돌아다니며 커피를 로스팅하는 냄새를 맡고 불법 커피를 적발했다.21세기인 현재는 커피 스니퍼라는 직업은 없다. 하지만 나는..
[교토 2화] 교토의 모든 관광객들은 모두 이곳에 (기요미즈데라(청수사)와 니넨자카, 산넨자카에서)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가는 날, 교토는 전일 내린 폭우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도 없이 화창하고 맑았다. 전날의 폭우는 그저 신입에 대한 교토의 익살맞은 신고식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심술궂은 센빠이 마냥 계속해서 비를 내리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하며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섰다.교토에 가기 전 기요미즈데라는 필수 관광 코스라 익히 들었다. 그리하여 관광객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세상 모든 관광객이 모두 기요미즈데라에 집결할 기세일 것이라고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버스 정류장엔 기요미즈데라를 가기 위한 관광객이 대략 몇 미터 인지도 모를 만큼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미 앞선 정류장에서 버스가 만원이 되어버린 지라 내가 서있는 정류소에 정차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렸다. 그렇..
마사지를 통한 감사(최선생과 홍선생에게의 감사의 글) 마사지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건 사회 초년생 시절이다. 학생때와는 달리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 온몸이 늘 뻐근했다. 당시 같은 팀 선배 J는 장시간 근로 및 육아로 인해 나보다 더한 만성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어 회사 근방의 모든 마사지샵을 섭렵하는 중이었다. 나의 목과 어깨 통증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겠다며 그녀의 원픽을 소개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추천으로 모 마사지샵에 발을 처음 디뎠고, 그때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마사지를 끊지 못한 상태다.나는 마치 근육이 뚫릴 것 같은 정도의 세기를 선호한다. 지나치게 센 압력으로 과도하게 주무르면 오히려 근육이 손상되거나 늘어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세상 여기저기서 울화를 치밀게 하는 일들이 다반사인 탓인지 근섬유가 갈기갈기 ..
[교토 1화] 비가 갠 뒤 내리쬔 해는 금각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교토에 도착한 날엔 비가 참 많이도 내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두 팔 걷고 사방팔방을 누벼도 모자랄 지금 옴짝달싹 못할 정도의 억수로 쏟아지는 비라니. 그 상황은 함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내 속도 모른 채 실내에서 그저 술이나 마시고 싶어했던, 내 마음을 너무나도 몰라주던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하지만 끝까지 제멋대로였던 그 누군가와는 달리 교토의 날씨는 한껏 돌아다니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극적으로 변했다. 입고 있던 청바지가 무릎까지 다 젖을 정도로 격하게 오던 비는 뚝 그치고 구름이 걷히며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호우로 교토역 근방 실내에 발이 묶여 시간이 꽤나 많이 지체됐고, 계획한 일정은 모두 꼬였다. 하지만 여행이건 인생이건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