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아기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라는 로또에 따라 금수저냐, 은수저냐, 혹은 흑수저냐가 결정된다. 그런데 태어날 때 모든 아기는 복권을 하나 더 긁는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 로또’.
난자 1개와 정자 1개가 만났을 때 가능한 유전적 조합은 최소 70조, 모든 인간은 그 70조분의 1의 결과물이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형제·자매가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집으로 이야기 하자면 같은 자매이지만 우리 언니는 나보다 똑똑한 머리 그리고 재빠른 눈치를 가졌고, 나는 언니보다 학업능력이나 눈치는 좀 후달리지만 대신 언니보다 나은 운동 신경을 가졌다.
저자는 책에서 ‘모든 것은 유전된다’고 한다. 현대 유전학이 내놓은 통계를 보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뛰어난 어휘력, 빠른 정보 처리 능력, 높은 질서 의식, 사회적 성공을 좌우한다는 그릿(Grit·열정과 끈기) 같은 덕목은 상당 부분 태어날 때 얻은 유전자 조합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또 유전병뿐 아니라 반사회성 성격장애, 성적 지향 및 여러 질환도 유전자 조합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쉽게 정리하면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복권 두 개를 긁는다. 하나는 어떤 사회적 배경을 가진 부모를 만나느냐, 그리고 다른 하나는 70조 가지의 유전자 조합 중 어떤 것을 가질 것이냐다. 나의 경우 두 가지 로또를 봤을 때, 둘다 1등은 아니지만 그래도 또 아주 꽝은 아니다. 금수저는 아니어도 화목하게 그리고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부모를 만났고, (끈기는 살짝 부족하지만) 그대로 머무르기 보단 욕심을 갖고 도전하는 유전자도 가진 것 같다.
인간은 욕심은 바다와 같아서 끝이없다.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다. 나 역시 그렇다. 지금보다 어릴적엔 우리집 보다 더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것에도 충분히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인생이 만족스럽다. 적어도 꽝인 복권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인생은 저 두 가지 로또로 모든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흙수저였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사람들도 있듯 말이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이를 바탕으로 쌓고 또 쌓아가는 그런 충실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도 내가 긁은 복권보다 더 큰 인생 로또를 긁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본다.
추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돼지꿈 한번 꾸고 실물 로또 1등 한번 당첨되어 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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