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친구 혹은 업무 관계자가 당신을 만나러 회사 근처로 방문한다면 아마도 본인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맛집을 데려갈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평소 맛있다고 생각하는 곳, 설령 가격대가 다소 높더라도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을 미리 예약해 둘 것이다. 센터커피는 내게 그런 곳이다. 단 커피 한 잔일 뿐이라도 그냥 아무렇게나 아무데서나 먹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나를 찾아온 누군가를 꼭 데려가는 곳.




최근 센터커피에 두 번을 방문했다. 한 번은 업무관계자를, 한 번은 직장 동료를 데리고 갔다. 업무 관계자와는 비즈니스 런치를 성수동에서 함께 했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고객사이기 때문에 고객 관리 차원에서 내게 종종 연락을 하고 식사를 제안한다.
사실 나는 접대를 싫어한다. 하는 것도 싫지만 받는 것도 싫다. 전혀 접대를 받지 안 받아도 내가 필요하다면 전화를 받을 때 까지 끈덕지게 연락할 것인데, 사람들은 매력적인 상품(혹은 서비스)을 먼저 구성할 생각은 안하고 인정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아무튼 그는 그의 이권을 위해 나를 찾아왔다. 아마 그는 내게 회사라는 후광이 없다면 일평생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접대를 받았고, 회사 대 회사의 차원에서 그를 홀대접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센터커피에 데려가 성수동 일대에서 가장 맛있는 필터커피를 내려주는 곳이라며 커피를 대접한다.
어느 하루는 나의 직장 동료 P와 센터커피에 방문했다. P와 방문하게 된 계기는 사실 내가 쉬고있던 그녀를 점심시간에 납치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안에서 점심을 먹고 쓰레기를 치우러 사무실 복도를 지나가다 우연히 그녀가 빈 회의실에서 홀로 쉬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쉬고 있는데 말을 걸면 민폐일라나 약 10~15초 가량 고민을 하다가 내가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던 예전 약속을 지키고 싶어 스리슬쩍 회의실 문을 열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커피 마시러 가요!”
그녀는 나와 직무도 다르고 나이 차이도 조금 나지만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는 주변에 마음 쓸 줄 알며 성실하고 예의 바르다. 또한 잔머리를 쓰거나 니탓을 시전하지 않는 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조그마하고 마른 몸으로 빠릿빠릿하게 열심히 일 하는 걸 보고 있자면 괜시리 엄마 마음이 들어 그녀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접대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센터커피로 강제 납치하였다.
그녀는 코스타리카를 골랐다. 나도 그녀와 같은 코스타리카를 골랐다. 그녀는 코스타리카를 처음 마셔보는데 맛이 있다고 했다. 사주는 사람 앞이라 그렇게 이야기를 한건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맛이 있다고 하니 내 마음도 좋았다. 우리는 각각 손에 코스타리카를 들고 함께 회사로 발길을 돌리며 짧게나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일이 많이 바쁘지는 않은지, 힘든 일은 없는지 서로의 상황을 나누었다. 힘든 마음을 나눌 수 있고, 힘든 현실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사실 내가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그녀를 끌고 나온 것인데, 오히려 내가 그녀 덕에 위안을 얻고 돌아갔다.
센터커피는 내게 그런 곳이다. 비즈니스 관계든 막역한 사이든 무엇이든 간에, 적어도 내가 당신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은 곳. 그만큼 커피는 정말 괜찮은 곳이다.

'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주도 크래커스] 창틀은 조그마하지만 맛의 기쁨은 거대한 곳 (0) | 2025.10.18 |
|---|---|
| [제주도 더반베를린] 이것이 힙한 것이라고 하면 힙하다 하겠습니다. (0) | 2025.10.06 |
| [삼성동 트래버틴] 선택의 기로에서 잠시 타임아웃을 외치고 갑니다 (0) | 2025.08.20 |
| 디카페인 원정대의 픽2. 커넥츠커피 (0) | 2025.08.16 |
| [용산 더체임버] 용산역 알을 깨고 나온 자의 레슨런 (0)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