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51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7층
- 마신커피: 온두라스 핀카스 미에리시 세로 아줄 워시드
- 노트: 레몬, 마카다미아, 웰밸런스
현대백화점 무역점 7층은 남성복 층이다. 여성인 난 남성복에 볼일도 없으면서 꾸준히 7층엘 들락날락 거리는데 그 이유는 바로 트래버틴 때문이다. 내 기준에 현재일 기준 무역점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바로 트래버틴이 아닐까 생각한다.
트래버틴은 용산과 한남에도 매장이 있다고 하는데 그 쪽은 가본 적이 없다. 백화점 내에 위치한 여기 매장에만 뻔질나게 드나드는데, 그 이유는 백화점이란 내게 기력을 틈틈이 보충해야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확신의 I형 인간인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있거나, 외부에 있으면 쉽사리 기가 빨리는데, 이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이 인파가 많은 곳에서 극대화된다. 마음먹고 돈을 쓰러 왔다가도 돈 보다 에너지 잔고가 먼저 거덜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트래버틴에 와서 커피 수혈로 한숨 돌리며 기력을 회복한다. 지치면 쇼핑을 중단하고 집에 가도 되는데, 기어코 원하는 아이템은 거두어 가겠다는 일념은 절대 꺾지 않는 내가 이럴 때 보면 꽤나 비이성적으로 보인다. 하긴, 생각해 보면 나는 꽤나 이성적인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 인생에 가득했다. 누굴 탓하겠나.
뭐가 어찌되었든 트래버틴의 필터 커피 라인업은 언제 봐도 좋다. 항상 2~3가지씩 시켜 골고루 마셔보고 싶게 만든다. 이날은 온두라스를 골랐다. 최근 온두라스의 균형미에 상당히 사로잡혀 있는데 때마침 온두라스 필터가 있길래 특별히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주문을 했다.
커피가 나올 때 까지 잠시 구석에 서서 어느 매장 안 쇼핑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옷을 입어보고 거울 앞에 서는 고객. 거울 앞에 선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 바이 사이드와 셀 사이드는 늘 입장이 다르다. 바이 사이드에서는 선택과 기회비용 사이에서의 고뇌를 반복한다. 셀 사이드에서는 고뇌하는 자를 붙들고서는 어떻게든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한다.
내겐 인생의 대부분이 바이 사이드였다. 일로서나 평소의 삶에서나 늘 머리를 싸매고서 선택이냐 혹은 스킵이냐를 고민해야 했다.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은 업무에서도 충분히 고통받고 있기에 평소의 삶에서는 선택지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가령 입는 브랜드는 단 2가지로 한정시킨다든지, 먹는 점심 메뉴는 2~3가지 종류에서 돌려먹는 다든지 등.
내가 쳐다보고 있던 손님은 결국 구매를 하지 않고 떠났다. 바이 사이드는 결국 기회비용을 더 크게 생각했고, 셀 사이드는 선택받지 못했다. 양측 모두 최선의 결과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테다.
커피가 나왔다. 역시, 온두라스는 맛있다. 나는 꿀꺽꿀꺽 단숨에 한 컵을 비우고는 다시 선택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살 것이냐, 말 것이냐 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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