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지 마세요
숫자 1(처음)은 설렘과 기대를 의미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게 마련이다. 좋은 경험이었든 나쁜 경험이었든 처음은 설렘과 기대로 다가온다. 결혼을 해서 낳는 ‘첫 아이’에 대한 설렘, 아들일까 딸일까 하는 기대감이 있듯이 숫자 1(처음)은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숫자이다. 첫 사랑, 첫 눈의 의미도 그래서 설렘이고 기대로 꽉 차있는 것이다. (김정겸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칼럼 발췌)
나에게도 그 무엇이 되었든 ‘처음’ 겪는 일이나 ‘처음’ 가지게 되는 것들은 기억에서 오래 잊히지 않고 인상깊게 남는다. 작년에 내가 처음 가지게 된 것이 있다. 바로 나의 자가용이다. 운전은 계속 해왔으나 그동안 내 명의의 차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바로 작년, 내 명의의 첫 차를 가지게 되었다. 그간 직장생활 하며 열심히 살아온 내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자, 차를 보며 ‘그래 다시 통장잔고 채워야지’ 하는 일종의 노동 촉매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이런 느낌일까?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할지 몰라도 나에게 만큼은 페라리, 맥라렌과도 같이 귀한 슈퍼카다. 그렇게 ‘차님’을 주차장에 고이 모셔 두고 흐뭇하게 바라본 지 약 한달, 긴급 사태가 발생했다. 금이야 옥이야 너무 소중히 여겨 운행을 안한 탓에 그만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내 평정심도 나가버렸다.
출근하는 길이었던 탓에 일단 차를 두고 회사에 온 후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긴급출동서비스를 부르는 등 계속해서 차에 신경을 쓰다 보니 회사에 있는 내내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이런 걸 보고 옛말에 ‘아끼다 똥된다’ 고 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샀으면 그 용도에 맞게 적절히 사용해야 하거늘. 물건, 주변에 마음을 주는 일도 너무 아끼다 그 본질이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쳐본다.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지나면
헌 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만나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